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저작권법 2조] fair use doctrine

공정이용(Fair Use)


I. 緖 言


저작권법 및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저작자의 창작활동에 대한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여 궁극적으로 문화의 발전과 공정한 경쟁 환경을 실현하고자 제정되었다. 그러나 우리 입법은 저작권 보호에 치중하여 저작권자의 이익과 이용자의 이익간의 정치한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리고 창작물의 복제와 전송이 손쉬운 인터넷 환경 발달로 저작권과 이용권의 대립은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창작물을 만든 저작권자의 저작권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사회적 재산이기도 한 창작물을 이용자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서로 부딪히는 것이다. 저작권과 이용권 간의 대립이 심한 것은 정보통신 발달 속도가 빠른 한국적 특수성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한미 FTA로 인하여 강화된 권리보호로 인하여 국내 권리자와 이용자들의 이용 환경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시사보도, 교육, 연구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한 공정한 이용의 경우에는 저작권을 제한하는 ‘포괄적 공정이용(fair use) 조항’의 도입 가능성이 논의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관광부는 ‘공정이용(안 제35조의3)’을 제안하는 입법개정안을 발의하였고 그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1) 기술의 발달 등과 관련한 저작권 보호가 강화됨에 따라 이용자측면에서의 저작물 이용활성화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 (2)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합법적인 이익을 불합리하게 해하지 아니하는 특정한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공정이용의 판단기준을 제시한다는 점, (3) 공정이용규정의 신설을 통해 권리자와 이용자 간의 균형과 효과적인 저작권 산업의 발전이 기대 된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이에 우리는 우선 공정이용(fair use)의 공정이용의 의의와 인정근거 및 역사적 연혁을 짚어보고 미국저작권법 상의 공정이용 조항(제107조)과 4가지 요소, 국제협약상의 3단계 테스트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 FTA와 입법개정안 상의 공정이용에 대한 찬반 의견을 통해 장단점을 검토하여 우리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법리 적용에 대해 고찰해 보겠다.


II. 공정이용의 일반론

1. 의의

공정이용(fair use)은 저작권자 이외의 자가 저작권자의 독점적인 권리에도 불구하고 그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특권, ‘공평법상의 합리성의 원칙(equitable rule of reason)’ 또는 ‘법에 의하여 기술적으로 금지되었으나 저작권자가 이용을 예견하였으며 이용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는 이론에 따라 합리적이고 관례적인 것으로서 허용된 이용,’ 또는 저작권침해소송에 있어서 법원에 의하여 창조된 것으로서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합리적인 방식으로 제3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주된 방어수단(defense) 등으로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공정이용에 기한 방어는 원고에 의하여 복제가 되었다는 것(copying)과 원·피고의 저작물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substantial similarity)이 입증되어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일응 인정된 경우, 피고는 저작권을 침해하였을 이용이 공정이용으로서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저작권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저작권법이 장려하고자 하는 창작성을 억제하는 경우, 그러한 엄격한 적용을 법원이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원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공정이용의 법리는 법원으로 하여금 구체적인 사건에서 불공정한 결과를 피해갈 수 있는 융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이므로, 필연적으로 그 내용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기보다는 추상적이고 불명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각 사건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상황에 따라 case-by-case로 적용되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 요컨대 공정이용은 이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지만 대체로 저작권법을 기술적으로는 위반하였으나 저작권법의 기본적인 목적은 위반하지 않는 저작물의 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이용의 적용범위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컨대 저작물을 비평하기 위하여 그 일부분을 발췌하여 인용하는 것, 학문 또는 연구의 목적으로 일부분을 인용하는 것, 패러디(parody)의 목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 뉴스로서 보도하기 위하여 저작물을 간단한 인용과 함께 요약하는 것, 교육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 입법 또는 재판절차상 필요한 경우에 복제하는 것 등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컴퓨터프로그램의 역공정(reverse engineering)이나 인터넷(internet)상의 저작물 이용의 허용, 그리고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등의 근거로서 원용되고 있다.

2. 공정이용의 인정근거

공정이용의 원리는 저작권법이 융통성이 있도록 해주기 위한 원리이다. 공정이용이 인정되는 기본적인 근거는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advance)를 가능하게 한다는데 있다. 인류역사상 모든 지적 창조활동이 최소한 다른 지적 창조에 기초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진보라고 하는 것은 이전에 행해진 다른 지적 창조의 바탕위에서 더 나아간 것이므로 완전히 독창적인 사고와 발명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철학, 비평, 역사 그리고 심지어 자연과학 분야에서조차도 창조를 위해서는 과거의 것을 계속 고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거의 것에 대한 저작권을 엄격하게 집행한다면 과거의 것을 참조하기 위하여 인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과거의 것에 기초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제2의 창조(secondary creativity)를 위해서는 기존의 저작물을 일정한 한도에서 이용하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이를 위한 것이 공정이용의 법원리이다.

또한 저작자가 저작물의 이용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공정이용의 법리는 저작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의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비판(criticism)이나 패러디는 우리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어느 저작자라도 자신의 저작물이 비판이나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다. 따라서 저작자의 허락 없이 공정이용의 법리에 의하여 저작물을 비판이나 패러디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된다.

3. 공정이용의 역사

공정이용의 원리는 초기 영국의 판례법에 기원한다. 즉 법원은 초기부터 저작자의 보호되는 표현을 창조적이고 발명적인 방법으로 이용하는 것이 저작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보가 된다는 것을 인정되었다. 미국의 1976년 저작권법이 제107조에서 공정이용의 원리를 처음으로 법제화하였지만, 이것은 기존의 법원에 의하여 발전해온 공정이용의 원리를 변경․축소․확대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판례법을 그대로 명문화한 규정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에서 공정이용의 원리는 공평법상의 원리로서 판례에 의하여 전개되어 왔다고 할 수 있으며, 현재에도 여전히 판례에 의하여 발전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공정이용의 원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케이스는 Folsom v. Marsh 케이스(각주1)였다. 법원은 피고의 저작물이 요약된 것(abridgment)이라는 주장을 기각하고, 인쇄와 출판에 대하여 침해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Story판사는 타인의 저작물의 사용을 두 가지 유형, 즉 (i) 저작물을 검토 또는 비판하기 위하여 저작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와 (ii) 저작물에 대하여 경미하게 삭제하거나 형식적으로만 변형시킨 것으로서 저작물의 모든 내용을 복제한 경우로 분류하였다. Story판사는 첫째 유형에 대하여 “저작물을 비평하려는 자가 진실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할 목적으로 저작물의 일부분을 사용하려고 의도하였다면 그 저작물을 대부분 인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반하여 둘째 유형에 있어서는 “그 목적이 비판이 아니고 원저작물에 대신하여 이용되도록 하기 위하여 그 저작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인용한다면, 그것은 법률상 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Folsom 케이스에서 Story판사는 피고에 의한 저작물의 이용이 정당화될 수 있는 이용인가를 고려하는데 있어서, (1) 원고저작물을 사용하기 위하여 피고가 선택한 것의 성질 또는 목적, (2) 피고가 사용한 자료의 양과 가치, (3) 피고의 원고저작물 사용이 원고저작물의 판매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정도나 원고저작물의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정도 또는 원고저작물을 대신할 수 있는 정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Story판사의 고려요소는 현재 제107조에 규정되어 있는 요소와 유사한 것이며, 따라서 1841년 Folsom 케이스 이후 변한 것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Folsom 케이스 이후 많은 판례들이 Folsom 케이스의 선례를 따랐고 Folsom 케이스의 공정이용의 원리를 좀 더 정교하게 하였다. 예컨대, Story v. Holcombe케이스는 Story판사의 사망 직후에 나온 것으로서, 흥미롭게도 Story판사의 책을 요약한 것에 관한 것이었다. Lawrence v. Dana케이스는 “공정이용”이라는 이름을 명명한 케이스인데, 저작물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강조한 케이스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판례들은 Folsom 케이스나 Lawrence케이스의 공정이용의 원리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었는데, 법원들은 원고와 피고의 저작물의 성격을 특히 주목하였다. 따라서 1976년 저작권법에 고려사항으로서 “저작물의 성격”도 입법화되었다. 이와 같이 발전해온 공정이용의 원리는 이제 미국에서 저작권침해에 대한 가장 중요한 방어수단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으며, 점차적으로 언론의 자유, 신기술 그리고 패러디 등의 쟁점과 관련하여 전개․발전되고 있다.

이처럼 공정이용의 원리는 정보가 거의 인쇄에 의하여서만 전달되었던 19세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새로운 매체나 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고 특히 인터넷이 등장함으로써 다른 분야의 저작권법에서와 마찬가지로 공정이용의 원리도 인터넷상의 저작물의 이용에 대하여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새로운 쟁점이 발생하고 있다. ,


III. 미국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

1. 제107조의 전문과 네 가지 요소

※ 제107조 배타적 권리에 대한 제한 : 공정사용(각주2)
제106조 및 제106조의 A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비평, 논평, 시사보도, 교수(학급용으로 다수 복 제하는 경우를 포함), 학문, 또는 연구 등과 같은 목적을 위하여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복제물이나 음반으로 제작하거나 또는 기타 제106조 및 제106조의 A에서 규정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공정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 구체적인 경우에 저작물의 사용이 공정사용이냐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다음의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⑴ 이러한 사용이 상업적 성질의 것인지 또는 비영리적 교육목적을 위한 것인지의 여부를 포함한, 그 사용의 목적 및 성격;
⑵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성격;
⑶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 전체에서 사용된 부분이 차지하는 양과 상당성; 및
⑷ 이러한 사용이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위의 모든 사항을 참작하는 공정사용의 결정이라면, 저작물이 미발행 되었더라도 그 사실 자체만으로는 그러한 결정을 방해하지 못한다.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 前文은 배타적인 저작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의 침해가 되지 않는 저작물의 이용을 위한 목적을 열거하고 있다. 제107조가 열거하고 있는 저작물의 이용목적은 비판(criticism), 비평(comment), 뉴스 보도, 강의(teaching), 학문(scholarship) 또는 연구(research) 등이다. 이러한 예들은 광범위하고 중복된다고 할 수 있는데, 예시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지 공정이용이 되는 모든 것들을 망라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예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저작물을 생산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며, 생산적인 사용(productive use)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창작적인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타인의 저작물에 기초하는 사용을 말한다.

엄격히 말한다면 제107조가 공정이용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특정한 경우에 저작물의 이용이 공정이용이 되느냐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요소로서 네 가지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곧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전문에 열거된 예에 해당하느냐에 관계없이 그 이용이 공정이용이 되느냐를 결정하기 위해서 제107조에 열거된 네 가지를 적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네 가지 요소는 공정이용을 결정하기 위한 핵심적인 사항으로서, Folsom 케이스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제107조에 열거된 네 가지 요소도 예시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므로, 네 가지 요소 이외에 다른 요소도 공정이용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일정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제107조의 요소들은 서로 분리되어서 고려되어서는 안되며 저작권법의 목적을 고려하여 모든 요소들의 고려결과를 종합하여야 한다.

2. 저작물 이용의 목적과 성격

우선 저작물의 이용이 상업적인지 여부와 비영리적인 교육상의 목적을 위한 것인지 여부를 고려한다. 따라서 저작물의 이용목적이 상업적이거나 아니면 비영리적이고 교육적이라면 공정이용이 될 가능성은 각각 낮아지거나 높아진다. 그러나 상업적이라고 해서 공정이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또한 비영리적 교육목적이라고 해서 항상 공정이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전문에 열거된 비판, 비평, 뉴스 보도, 강의 또는 연구 등의 목적도 공정이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공정이용은 2차적 저작물(derivative works)과 관계된다. 따라서 저작물 이용의 목적과 성격은 원저작물(original work)의 이용자가 그 이용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 곧 저작물의 이용이 ‘일반인을 계몽하기 위한 창작성을 자극시키기 위한 저작권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1) 상업적·비상업적 이용의 구별

공정이용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요소의 예로서 예시되어 있는 상업적·비상업적 구별은 사실상 그 중요성이 희박해졌다. 왜냐하면 상업적이지 않은 저작물의 이용은 오늘날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할 수 있고, 상업적 이용 여부의 구별이 피고의 이용으로 인한 이득이나 손실과 거의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1984년의 Sony Corp. of America v. Universal City Studios, Inc. 케이스가 상업적 이용 여부의 구별에 상당한 무게를 두었으나, 1994년의 Acuff-Rose 케이스에서 Souter 대법관이 “상업적이거나 비영리적 교육목적의 구별이 공정이용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것은 아니며, 다른 요소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사실”이라고 한 것도 여기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업적으로 출판된 전기(傳記)도 공정이용의 원리에 의한 보도를 받을 수 있으며, 미국의 많은 법원들은 상업적인 광고도 일반인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을 인정하여 이를 공정이용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요컨대 피고에 의한 저작물의 이용이 아니라면 일반인이 획득할 수 없는 이익을 피고에 의한 이용으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경우, 그 저작물의 이용이 상업적인 성격이거나 심지어 상업적인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공정이용이 되는 것을 반드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2) 교육적인 목적

저작물의 비영리적·교육적 이용이 공정이용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은 연방대법원에 의하여 거부되었다. 그러나 교육적인 이용, 특히 강의실에서의 이용은 공정이용의 주된 예로서 열거되어 있으며 미국의 저작권자들도 가장 극단적인 교육적인 이용에 대해서만 제소해 온 것을 고려하면, 교육적인 이용이 가장 공정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의 저작권법상 교육적인 측면에서 공정이용을 논하는데 있어서 107조 본문에 열거되어 있는 문언 이외에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사실은 1976년 저작권법의 입법역사(legislative history)에 포함되어 있는 강의실에서의 사용에 관한 지침이다. 이 지침은 법으로서의 효력은 없으나 저작물의 이용자와 생산자간의 타협의 산물이어서 공정이용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서, 어문·음악·시청각 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첫째, 책이나 정기간행물과 관련하여 이 지침은 교사가 학문적인 연구나 강의나 강의준비를 하기 위하여 책이나 정기간행물로부터 일정부분에 대하여 하나의 복제물(copy)을 만드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복제물 부수의 숫자가 학생 숫자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 여러 부의 복제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 둘째, 음악저작물과 관련하여 지침은 연주 이외에 학문의 목적으로 음악저작물의 발췌부분에 대하여 여러 부를 복제하는 것과 역시 같은 목적으로 연주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단위(예컨대 악절이나 악장) 전체를 복제하는 것, 그리고 긴급한 경우에 여러 부를 복제하는 것과 연습이나 평가 또는 시험을 위하여 한 부 복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셋째, 시청각저작물을 비영리 교육기관에 의하여 녹화되는 것이 어문․음악저작물의 이용에서와 같이 공정이용이 되도록 하는 지침은 1982년 인정되었다. 이에 의하면, TV 방송국에 의하여 일반인에게 요금을 과하지 않고 전송되는 프로그램을 비영리 교육기관이 녹화하는 것이 허용된다.

(3) 생산적이거나 변형적인 이용

저작물 이용의 목적이나 성격과 관련하여 미국의 판례와 학자들에 의하여 주로 논의되는 것은 저작물의 이용이 생산적인 이용이나 변형적인 이용이 되는가 여부이다. 양자는 사실상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생산적인 이용은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가 원저작물에 자신이 독창적으로 기여함으로써 새로운 저작물을 창조하는 이용을 의미한다. 생산적인 이용은 원저작물과 다른 방법으로 또는 다른 목적을 위하여 인용을 하는 것이며, 단순한 재포장 또는 재공표에 불과하다면 원저작물을 단순히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생산적인 이용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원저작물에 가치를 증가시키는 이용, 예컨대 원저작물을 단순한 자료로서 인용하거나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심미감 또는 새로운 식견을 창조하기 위하여 원저작물을 변형하는 이용은 공정이용의 원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이용이 된다. 변형적인 이용의 신봉자라고 할 수 있는 Leval 판사는 변형적인 이용의 예로서 저작물의 비판, 사실의 증명, 원저작물에서 주장된 아이디어를 방어하거나 부인하기 위하여 이 아이디어를 요약하는 것 등을 들고 있다.

생산적 이용이론(productive use theory)은 Sony 케이스의 항소심에 의하여 처음으로 수용되었으나,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을 파기하면서 이 이론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이 이론을 전면적으로 부인했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연방대법원은 생산적인 이용과 비생산적인 이용의 구별이 공정이용 여부를 완전히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작권법이 이해관계를 신중하게 균형시켜 놓은 것을 측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각주3)

3. 저작물의 성격

공정이용을 결정하기 위한 두 번째 요소로서 저작물의 성격을 요구하는 것은 공익을 위하여 일정한 저작물에 대해서는 다른 종류의 저작물보다 더 많이 접근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기인한다. 저작물의 성격이라는 요소와 관련하여 주로 논의되는 것은 저작물이 사실적인 것인가 아니면 창조적인 것인가, 그리고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의 이용에 대하여 공정이용의 범위가 협소해지는가 여부에 관한 것이다.

(1) 사실에 관한 저작물

미국의 법원들은 창조적인 저작물보다 사실적인 저작물에 대하여 공정이용을 협소하게 인정하여 왔다. 저작권법의 최종적인 목적은 지식의 축적을 증가시키는 것인데, 사실적인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집행하게 된다면 창조적인 저작물보다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방해하는데 있어서 더 큰 위험성을 야기한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따라서 오락을 위한 저작보다는 과학․전기․역사적인 저작물의 이용이 공정이용으로서 허용될 가능성은 높다. 이에 반하여 대규모로 복제가 이루어지면 특히 손상을 받기 쉬운 저작물의 이용에 대해서는 공정이용이 허용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다.

사실에 기초한 저작물의 이용을 비교적 넓게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법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기능적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정이용을 그만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경향이다. 이것은 기능적 저작물이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서,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아이디어, 절차, 과정, 체계, 작동방법 등이 자유로이 거래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타인이 이를 이용함으로써 기술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역공정을 허용하는 미국의 판결들도 바로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작물의 성격으로서의 사실에 기초한 저작물의 이용을 공정이용으로서 협소하게 인정하는 것은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다른 요소에 의존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다. 곧 과학적인 성격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공정이용으로 될 수 있으나 첫째 요소를 판단함에 있어서 과학적인 목적을 결한 저작물의 이용은 공정이용으로서 거의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세 번째의 요소와 관련하여서도 사실에 기초한 저작물을 상당부분 이용하는 것이 창조적인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 보다 공정이용이 될 가능성은 높다. 마지막으로 원고 저작물에 대한 시장이 존재하고 피고 저작물이 이 시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빼앗아 간다면 공정이용이 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2)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의 이용은 공정이용과 관련하여 이미 출판된 저작물과는 달리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최초의 출판에 대한 권리(right of first publication)는 오직 한 사람만이 출판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저작권의 다른 배타적인 권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권리이다. 결과적으로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의 이용이 공정이용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협소해진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저작자가 저작물의 출판을 통제하는 권리가 공정이용이라는 특권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판결이 연방대법원의 Harper & Row, Publishers, Inc. v. Nation Enterprises 케이스이다. (각주4)

Harper & Row 케이스에 따르면, 저작물이 출판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공정이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을 공정이용의 방어수단으로부터 면제시켜주게 된다. Harper & Row 판결 이후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의 이용이 공정이용이 되는가에 관하여 서로 상반되는 판결이 나오게 되었다. 이와 같이 서로 상반되는 판결로 인하여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의 보호는 매우 혼란한 상태에 있게 되었는데, 이 문제는 결국 1992년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곧 “공정이용이라는 판단이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행하여졌다면 저작물이 출판되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공정이용이 된다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문언이 제107조에 첨가되었다. 이것은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한 공정이용을 법원이 모두 부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하여 Harper & Row 케이스와 제107조의 문언을 종합해보면, 저작물이 출판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공정이용을 부인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자체가 공정이용에 기한 방어를 배제하지는 않는 결과가 된다.

4. 전체적인 저작물과 이용된 저작물의 양과 상당성

피고가 원고 저작물의 상당부분을 복제한 경우, 원고의 손실은 피고의 이익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소량의 발췌부분만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상당부분을 이용한다면, 원고의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하여 원․피고간에 사용허락을 협상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허용되는 공정이용이 적용될 여지는 그만큼 적어지게 된다. 이러한 이론적인 기초에 근거하여 제107조는 공정이용을 결정하기 위한 요소로서 전체 저작물과 관련하여 피고가 이용한 부분의 양과 상당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용된 저작물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정이용이 될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용된 저작물의 양과 상당성은 공정이용을 결정하기 위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가 저작물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가치가 원고 저작권자의 손실을 초과하고 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원․피고간의 협상비용이 상당히 높다면, 피고가 원고 저작물 전부를 복제하였더라도 피고의 이용은 공정이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Harper & Row 케이스에서와 같이 피고가 소량의 원고 저작물을 복제한 경우에는 그 이용된 부분이 전체적인 원고 저작물에서 매우 중요하거나 핵심적인 것이고 피고가 원고에게 소요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하여 원고의 저작물을 이용하였다면, 비록 소량으로 이용되었을지라도 그 이용은 공정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용된 저작물의 양과 상당성의 요소는 패러디의 공정여부를 판단하는데 많이 이용되어 왔다. 저작물을 풍자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원고 저작물을 이용함으로써 독자나 청중들이 원고 저작물을 추측할 수 있어야 하고, 따라서 원고 저작물을 추측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양 이상을 피고가 이용하였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패러디에 의하여 독자들이 원고의 저작물을 추측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에서와는 달리 원고의 저작물을 비교적 많이 이용될 수밖에 없다.

세 번째의 요소는 네 번째의 요소와 관련되어 있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복제하면 원저작물의 필요성은 없어지게 되고 원저작물의 시장을 파괴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저작물이 복제된 경우에는 공정이용의 가능성은 그만큼 적어지게 된다.

5. 사용으로 인한 저작물의 잠재적인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원고의 저작물이 판매되는 시장이 피고의 이용으로 인하여 손상을 받는다면 저작권이라는 독점을 부여함으로써 장려하고자 하는 창작성의 동기는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의 저작물 이용으로 인하여 원고의 저작물 시장이나 저작물의 가치가 손상을 받는다면 공정이용을 허용하는 것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피고의 이용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원·피고간에 서로 직접 경쟁을 하는 경우이다. 예컨대 투자에 관한 원고의 연구보고서를 피고가 발췌한 후 피고의 신문에 이를 게재하고 이를 신문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광고를 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네 번째 요소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가장 어렵고 복잡한 쟁점은 원고 자신이 아직 이용하지 않았거나 타인에게 사용허락하지 않은 분야에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을 사용한 경우, 곧 원고나 원고로부터 허락을 얻은 자가 진입하지 않은 시장에 피고가 사용한 경우이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제107조가 규정하고 있는 잠재적인 시장(potential market)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오늘날 2차적 저작물시장은 저작권자에게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따라서 저작권제도에 있어서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인정하여 미국의 법원들은 네 번째 요소를 고려하는데 있어서 2차적 저작물 작성을 원고가 허락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시키고 있다. 출판된 어문저작물을 다른 형태의 저작물, 예컨대 발췌문을 시리즈로 엮거나 편지를 한데 묶는 것도 이와 동일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저작권자의 잠재적인 시장에 2차원적인 저작물을 3차원적 저작물로 작성할 권리를 포함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잠재적인 시장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도 문제이다. 왜냐하면 공정이용에 기하여 방어를 하고자 하는 저작물의 이용은 저작권자의 배타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어서(공정이용에 기한 방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작권이 침해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저작권자가 사용허락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되고, 따라서 거의 항상 공정이용이 되지 못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경제적인 이익을 보장해 줌과 동시에 네 번째의 요소가 공정이용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그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잠재적인 시장의 범위를 적당하게 한정하는 쟁점이 해결되어야 한다. 잠재적인 시장의 범위를 한정하는 방법으로서는 원고가 실제로 사용허락하였거나 사용허락을 하기 위하여 협상하는 이용만을 포함시키는 방안과 현재 향유하고 있는 것 이외에 저작권자가 미래에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이해관계를 가질만 한 이용만을 포함시키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후자의 방안은 실제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만을 보호하는 경우에 저작권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배제시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잠재적인 시장의 범위와 관련하여 원고가 사용허락을 거절하였을 이용, 곧 원고가 자신의 저작물이 전혀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는 잠재적인 시장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사적인 서류나 저작물을 조롱하거나(ridicule) 저작물을 원고가 싫어하는 주제에 연계시키는 패러디 등을 들 수 있다.

시장에 대한 손해는 실제의 손해가 아니라 잠재적인 손해이다.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고 하는 것과 같은 양적인 손해에 관한 증거가 저작물의 시장에 대한 손해의 증거로서 충분하지만 실제로 손해를 입었다는 입증은 필요하지 않다. 또한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실제로 판매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중요지 않으며, 잠재적인 시장에 대한 영향을 입증하기 위하여 원고는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있게(meaningful) 입증함으로써 족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IV. 국제협약상의 3단계 테스트

1. 베른 협약(각주5)

베른협약 제9조 제2항은 저작자의 복제권에 대하여 “특별한 경우에 있어서 문학·예술적 저작물의 저작자는 어떠한 방법으로, 이 저작물의 복제를 허락할 배타적 권리로서 저작물의 복제를 허락하는 것은 각국의 입법에 맡기나 그러한 복제는 (1)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과 (2) 충돌하지 않아야 하며 (3) 저작자의 합법적인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일정한 경우 복제를 인정하고 있다. 베른협약은 복제권의 제한 및 예외를 설정한 권한을 체약국에 위임하면서 그 준거기준으로서 ”3단계 테스트“를 제시하였는데, 이는 이미 각 동맹국에 있는 복제권에 대한 예외를 포섭하면서도 더 이상의 예외 확대를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3단계 테스트는 베른조약 복제권의 제한과 관련하여 제9조 제2항의 내용이 TRIP협정 제13조 뿐만 아니라 WCT 제10조, WPPT(각주6) 제16조 제2항에도 규정되어 모든 저작물의 사용에 있어서 ‘제약조건 및 예외사항’으로 발전한 것이다. “3단계 테스트”는 회원국들이 각 국내법으로 공정이용에 대한 규정을 할 수 있는 기준인 동시에 앞으로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하나의 근거로 제공될 것이다.

2. WTO/TRIPs(각주7)

TRIP협정 제13조는 베른협약과 마찬가지로 저작권을 제한하는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 요건을 살펴보면 ① 일부 특별한 경우(certain special cases)에 한하며, ② 저작물의 통상적 이용(normal exploitation)과 저촉되지 않아야 하며, ③ 저작권자의 적법한 이익(legitimate intrests)을 부당하게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이를 통상 저작권제한 3단계 테스트라고 한다.


3. WCT(각주8)

WIPO 저작권조약 제1조 제4항은 회원국에게 베른협약 제1조에서 제21조까지의 규정과 협약 부속서의 규정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회원국이 베른협약의 회원국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베른협약 제9조 제2항에 규정된 3단계 테스트가 복제권에 적용된다.

4. 저작권의 제한입법의 유형과 3단계 테스트

WTO TRIPs협정, WCT 등에서 천명하고 있는 3단계 테스트는 저작권 제한을 위한 국제적인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3단계 테스트 자체가 각국에 어떠한 입법이나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하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국은 3단계 테스트를 준수할 의무만을 가질 뿐, 이를 준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스스로 정해야 한다.

각국의 저작권법은 대개 다음 유형의 자작권제한 규정을 갖는다.
① 엄격한 열거형
② Fair Use형(포괄적 공정이용법리)
③ Fair Dealing형(제한적 공정이용법리)

우선 공정취급(fair dealing) 형 국가는 영국과 캐나다가 대표적인데, 허용되는 저작물의 이용목적을 열거해놓고 있다. 즉, 학술연구 및 조사, 비평 등이 이에 해당한다. 행위요건보다는 목적요건의 충족이 더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대륙법에서의 엄격한 열거형과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륙법계 국가들은 저작권 제한을 위한 행위유형과 목적유형을 자세하게 서술해 놓고 있다. 이러한 요건들은 엄격해석에 의해 더욱 제한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공정이용(fair use) 형의 저작권 제한의 규정을 갖는 경우인데, 미국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에 제시된 4가지 요건과 법원에 의해 추가적으로 고려되는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에 저작권 침해로부터 면책된다. 다만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필요는 없으며, 법원은 요건충족의 정도 등을 척도로 종합적인 결론에 이르고 있다.

공정취급의 경우에는 허용되는 저작권 이용의 목적을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열거형은 그 목적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이용행위 유형까지 정해놓고 있다는 점에서 3단계 테스트의 첫 번째 기준인 특정․특별성 기준을 충족시킬 개연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공정이용에 의한 저작권 제한을 허용하는 태도에 대해서 3단계 테스트의 첫 번째 기준인 특정․특별성을 만족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특정․특별성이 반드시 해당 행위유형이나 목적유형을 열거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V. 한미 FTA와 입법개정안 상의 공정이용법리

1. 한미 FTA 『저작권분야』체결 내용

한-미FTA 협정내용 중 저작권과 관련된 사항을 국내법에 반영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공개됐다. 문화관광부는 2007년 9월 12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한미 FTA체결에 따른 저작권법 일부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공정이용권’ 등 9개의 신설조항과 ‘비친고죄 대상확대’ 등 3가지 개정조항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 일시적 복제 (신설)
복제개념에 일시적 고정을 추가(제2조 제22호)
기술적으로 필수적인 경우 예외(제35조의2)

- 공정이용 (신설)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 신설(제35조의3)
공정이용의 4가지 판단근거 명시(제35조의3제2항)

- 보호기간 연장(개정)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방송제외)의 보호기간을 저작자의 사후 또는 공표 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제39조 내지 제42조, 제86조)
외국인 보호기간에 상호주의 명시(제3조 제4항)
한미FTA협정문에 따라 2년간 유예기간 적용(부칙 제1조)

- 배타적 이용권(신설)
출판분야에서만 인정되던 배타적 이용권 제도를 저작물 전 분야에 걸쳐 인정(제57조 내지 제63조)

- 암호화된 방송신호의 보호(신설)
암호화된 방송신호의 복호화기기 제조 및 불법신호 배포, 시청행위 금지(제85조의2)

- 온라인서비스제공자 면책규정(개정)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유형 세분화, 유형별 면책요건 규정(제102조)
불법 침해자 정보제공 청구 제도 도입(제103조의2)

- 기술적 보호(신설)
조치 의무 강화
접근통제적 기술조치 보호 및 예외조항 명시(제104조의2)

- 법정손해배상제도 도입(신설)
실손해 입증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저작물당 1,000만원 이내(최대5,000만원) 법정손해배상 청구 가능(제125조의2)

- 정보제공 및 비밀유지 명령제도(신설)
소송에서 증거수집의 목적상 정보제공 명령 가능(제129조의2)
소송 중 제시된 자료 중 영업비밀에 대한 비밀유지명령제도 도입(제129조의3 내지 제129조의5)

- 위조라벨 제작 금지(신설)
음반, DVD 등에 부착하는 라벨의 위조 및 거래행위 금지(제138조의3)

- 영화 도촬 행위 금지(신설)
영화상영관등에서 녹화기기를 이용해 영상저작물을 녹화하거나 제3자에게 공중송신하는 경우도 처벌(제138조의4)

- 비친고죄 대상 확대(개정)
영리 상습적인 저작권 침해뿐 아니라 비영리라도 중대한 저작권 침해를 비친고죄화 함(제140조)
중대한 침해에 대한 판단기준 마련(제140의2조)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른 것은 저작물 공정이용 규정의 신설(각주9)이다. 그동안 우리 저작권법은 지적재산권의 제한을 열거규정으로 제한해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이 도입되면 우리 저작권법이 열거한 제한사유 이외에도 (1) 영리 및 비영리 등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분량 및 비중, (4) 이용이 저작물의 현재 또는 장래의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 공정이용에 해당하면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이 된다.

2. 공정이용법리 적용의 장점(찬성의견)

(1) 저작권법 목적조항과 공정이용

저작권법 제1조는 그 목적을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작권법이 추구하는 정책목표는 기본적으로 ‘문화의 향상발전’과 ‘저작자의 권리보호’라는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정책목표 이외에 추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목표는 저작물에 대하여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곧 저작권법은 학문 등의 향상발전의 증진과 저작물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보장이라는 두 가지의 공익적인 정책목표와 경제적인 이익의 부여라는 사적인 정책목표를 추구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공익적인 목적과 사적인 목적은 이해가 상충되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저작권법은 지식 등의 향상발전이라는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하기 위하여 저작물의 이용자와 저작권자의 이해를 균형이 있게 하여야 한다. 즉 저작물의 광범위한 보급과 사상이나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저작자의 창작을 자극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준의 경제적인 동기를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법의 목적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대한 일반인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지식 등의 발전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면, 공정이용의 원리는 이러한 원리를 성취하기 위한 주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공정이용의 원리는 저작자의 저작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저작물의 이용자에게 침해에 대하여 단순히 방어수단을 제공하는 것만도 아니다. 오히려 공정이용의 원리는 저작권법의 근본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저작권법상의 여러 제도는 입법자에 의하여 저작권자의 개인적인 이익과 일반인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한 것이다. 공정이용의 원리도 바로 이러한 이익을 조화시켜 놓은 저작권법 체제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정이용은 저작권법이 추구하는 근본목적, 곧 저작자에게 창조의 동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저작물을 유포시킨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저작권법상의 근본원리이다.

(2) 이용자의 권익보호

우리 저작권법의 역사적 측면에서 봤을 때, 그동안 우리 입법은 저작권 보호에 치중하여 저작권자의 이익과 이용자의 이익간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한미 FTA에서도 저작자의 권리가 강화된 것에 비해 공정이용권 보호가 미흡하다고 판단,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을 넣은 것이다. 즉 한미 FTA 체결로 단기간에 저작권리가 강화됐기 때문에 이와 함께 이용활성화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양자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방형 공정이용 조항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 및 증진시키고 저작권자의 권리와 저작물 이용자와의 권익 양자 간의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관련하여 이를 보다 강화시켜 사회 전반의 문화향상을 이룩하는데 일정부분 기여를 하게 되었다. 특히 IT강국인 우리나라의 특성을 배가시켜 문화생활의 확대 및 문화 재생산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용자들의 저작물에 대한 공정하고 합법적 이용의 인식이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정보의 접근 및 이용의 자율성을 보장, 책임감 있는 공유 문화 확립의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3) 공정이용의 융통성

공정이용의 원리는 미국 저작권법상으로도 가장 다루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모순되거나 혼란스러운 원리이며 일정한 형태를 찾기 힘든(amorphous) 원리이다. 그러므로 일정한 저작물의 이용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가를 획일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각 사안별로 고찰하여야 한다. 공정이용의 이러한 점이 가장 큰 단점이 될 것이나 이러한 단점이 오히려 공정이용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공정이용 조항으로 인해 일관성 없는 판결이 날 수도 있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쉽게 적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유연성 있게 대응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이 기술을 미처 따라 잡지 못하는 점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거나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미국의 공정이용 판례를 이미 반영하고 있고, 과거와 달리 법원도 이제는 공정이용에 관련하여 사안별로 기준에 맞는 합리적인 해석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고 본다. 이로써 공정이용 규정이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저작권법은 개별적으로 저작권을 제한하여 침해로 인한 책임을 면제하고 있는데, 저작권법이 허용한 면제를 초과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저작권침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법이 개별적으로 책임을 면제시키지 않은 분야, 예컨대 패러디나 컴퓨터 프로그램의 역공정의 경우에도 공정이용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역시 저작권의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즉 성문법 체계에서 결여되기 쉬운 유연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 공정이용법리 적용의 단점(반대의견)

(1) 법체계상의 문제


판례법 국가인 미국과 달리 성문법 체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적재산권을 물권과 유사한 배타적 권리로 이해하고 있고 지적재산권 제한에 있어 엄격한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다. 이에 저작권법 및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저작권 제한 사유를 일일이 나열하고 있어 매우 제한적이며 저작권 남용을 규율하기 위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저작권법 제23조~36조 및 프로그램보호법 제12조, 제12조의2, 제14조). 따라서 이미 저작권 보호 측면이 강한 현행 법률상에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 도입은 우리 대륙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이다.

비단 공정이용 조항뿐만 아니라 이번 한미 FTA 협상 결과 대부분의 미국 측의 제안들이 받아들여졌고 그것을 그대로 반영한 개정안이 마련되었다. 이는 전체적으로 우리 저작권법의 체계가 미국 저작권법의 체계의 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하여 자칫 우리의 저작권법이 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여야 할 것이다.

(2) 법적 안정성의 문제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의 공정이용에 관한 일반규정이 가지는 적용의 광범위성이나 융통성은 다른 판례법 국가의 공정거래에 관한 규정이나 대륙법 국가의 저작권의 제한에 대한 규정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제107조에 규정된 네 가지 요소는 매우 추상적인 것으로서 이를 적용하는데 있어서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제107조의 요소가 개별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공정이용이 방어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하지 못한다. 제107조의 네 가지 요소를 실제로 적용하는 경우에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동일한 케이스에서조차도 각 요소를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있어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달라지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공정이용법리는 포괄적 제한규정으로서 적용되는 기준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결정적인 기준이 아니고 그 저작물이 열거된 기준에 부합되는 이용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궁극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 해석에 의해 얼마든지 새로운 이유로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면 법적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저작자의 권리가 심하게 제한될 수도 있다.

(3) 공익과 사익의 불균형

우리 저작권법이 설정한 공․사익 간의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 제한규정은 저작권자의 권리내용을 공익성 등 특별한 관점에서 특례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제한 사항을 열거하여 이용자의 자유이용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공정이용법리를 도입하여 이용자의 권리를 확대할 경우 추상적인 개념으로 인해 해석에 따라 적용범위에 차이가 생기고, 현실에서 이미 규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저작권의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일반이용자들에게 새로운 면책조항을 만들어 주는 것이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공정이용은 저작권침해소송에서 침해자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항변수단이라 한다. 결국 지나치게 이용자의 권익을 확대하게 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권의 침해가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문화가 거대 산업화되어가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문화의 비즈니스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고 이에 경제적 보상을 염두에 둔 저작자들은 자신의 창작활동의 결과물로부터 오는 저작물에 대한 적절한 경제적인 보상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도외시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창작활동의 감소로 이어지고 일반 대중이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의 폭도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공정이용의 남용은 창작활동의 축소를 가져오게 되고 창작물의 감소로 이어지므로 문화의 향상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일반인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공정한 이용을 도모할 수 있도록 예방적 차원의 법개정과 올바른 이용에 대한 인식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VI. 결 어

한미 FTA로 인해 저작권이 20년 더 연장되고 일시적 복제권에 대한 부분적 통제권이 저작권자에게 부여되며 저작물에 접근하거나 저작물 이용을 통제할 기술적 보호조치가 확대되는 등 저작자의 권리가 강화되므로 개방형 공정이용 조항을 도입하여 저작물 이용자와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측면을 갖고 있다.

공정이용 조항을 법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포괄적 일반조항과 제한적 일반조항으로 나눌 수 있다. 포괄적 일반조항이란 저작물을 권리자의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고 추상적인 또는 포괄적인 형태의 기준만 만족하면 허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제한적 일반조항이란 법조문에 나열되어 있는 구체적인 경우에만 공정이용이 허용되도록 한 입법 형식을 말한다. 영미법계 중 영국은 제한적 일반조항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영국의 식민지였거나 영국의 이민국인 호주, 캐나다, 인도, 뉴질랜드,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열거조항을 택하고 있다. 포괄적 일반조항을 두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한데, 일반조항은 유연성을 그 특징으로 하므로, 구체적인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조항은 그 범위와 한계를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 법적 안정성이 떨어지므로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현행 법체계상 저작권을 제한하는 ‘포괄적 공정이용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저작권자 등의 강한 반대에 봉착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조항이라는 것에 친하지 아니한 우리나라의 법문화 환경을 고려하여 다른 대안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이 이용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1) 개정안 제35조의3 제1항의 3단계 테스트 도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과 (2) 포괄적 공정이용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므로, ‘제한적 공정이용’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제한적 공정이용’을 도입의 경우는 1) 3단계 테스트를 반영하거나, 2) 특정목적으로 적용분야를 제한하여 도입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의 예로는

제35조의 3[저작물의 공정이용] 제23조 내지 제35조의 2에 열거된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비상업용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합법적인 이익을 불합리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되지 아니한다.

2)의 예로는

A조 [연구목적 등의 공정이용]
① 비상업용 목적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어문, 연극, 음악 및 미술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충분한 출처명시가 수반되었을 경우에는, 저작물의 어떠한 저작권도 침해하지 아니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출처표시는 실용적 이유 또는 기타 이유로 출처표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필요하지 아니하다
③ 사적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어문, 연극, 음악 및 미술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물의 어떠한 저작권도 침해하지 아니한다.

즉 공정이용 규정의 도입방안으로 특정목적, 적용 분야를 제한하여 구체화 할 필요가 있으며 현행법에서 개별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규정 외에 추가적으로 인정이 필요한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의견들은 한미 FTA와 입법개정안에 반영된 포괄적 공정이용의 대한 또 다른 해결책이자 절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주1)
이 케이스에서 원고의 저작물(The Writings of George Washington)은 문법을 가르치기 위한 것으로서 전체가 7,000여 페이지의 12권으로 된 것이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의 2권의 저작물(The Life of Washington in the form of an Autobiography)은 모두 866페이지인데, 원고의 저작물로부터 353페이지, 즉 약 5%정도를 빌려쓴 것이었다

(각주2)
§107 Limitations on exclusive rights: Fair use
Notwithstanding the provisions of sections 106 and 106A, the fair use of a copyrighted work, including such use by reproduction in copies or phonorecords or by any other means specipied by that section, for purposes such as criticism, comment, news reporting, teaching (including multiple copies for classroom use), scholarship, or research, is not an infringement of copyright. In determining whether the use made of a work in any particular case is a fair use the factors to be considered shall include
(1) the purpose and character of the use, including whether such use is of a commercial nature or is for nonpropit educational purposes;
(2) the nature of the copyrighted work;
(3) the amount and substantiality of the portion used in relation to the copyrighted work as a whole; and
(4) the effect of the use upon the potential market for or value of the copyrighted work.
The fact that a work is unpublished shall not itself bar a finding of fair use if such finding is made upon consideration of all the above factors.

(각주3)
연방대법원은 1995년의 Nation 케이스에서 생산적인 이용이라고 하는 사실은 공정이용을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고 하였으나, 1994년의 Acuff-Rose 케이스에서 Souter 대법관은 생산적 이용이론을 수용하였다. 곧 “공정이용이 되기 위하여 변형적인 이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 과학과 예술을 증진하기 위한 저작권법의 목적은 변형적인 저작물을 창조함으로써 일반적으로 촉진된다. 따라서 변형적인 저작물은 공정이용이 저작권의 범위내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breathing space)를 보장하는 것의 핵심에 위치하게 된다.... 새로운 저작물이 변형적일수록 상업적인 성격과 같이 공정이용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기타의 요소가 가지는 중요성은 적어질 것이다”고 하였다. 생산적 이용이론이 연방대법원에 의하여 수용되었지만, 이를 처음으로 수용한 제9연방 항소법원의 Sony 케이스 이후 이 이론이 통일적으로 적용되었던 것은 아니다.

(각주4)
이 케이스에서 The Nation社가 발췌한 것은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었고 전체 20만 단어 중에서 300 단어만 원문 그대로 복제하여 이용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언제 공표할 것이냐를 결정할 저작자의 권리는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함으로써 출판되지 않은 저작물의 본질적인 특성을 인정하여 The Nation社의 공정이용에 기한 방어를 거부하였다

(각주5)
Berne Convention/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Literary and Artistic Works.
(문학 및 미술 저작물 보호에 관한 국제협정 또는 만국 저작권 보호 동맹 조약)

(각주6)
WIPO Performances and Phonograms Treaty (세계지적소유권기구 실연·음반조약)

(각주7)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특허권, 의장권, 상표권, 저작권 등 소위 지적재산권에 대한 최초의 다자간규범)

(각주8)
WIPO Copyright Treaty (세계지적소유권기구 저작권조약)

(각주9)
입법개정안 제35조의3(저작물의 공정 이용)
① 제23조 내지 제35조의2에 규정된 경우 외에도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합법적인 이익을 불합리하게 해하지 아니하는 특정한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② 저작물 이용 행위가 제1항의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1. 영리 비영리 등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분량 및 비중



【참고문헌】

[교과서]
오승종, 『저작권법』, 박영사, 2007.

[논문]
이대희,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의 법리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 한국경영법률학회 [경영법률 제10권], 2000.
임성묵, “저작권법상 fair use의 법리에 관한 연구”, 한남대 대학원, 2005
김병일, “한미FTA 이행과 공정이용의 법리”, 제2회 IT기술과 지적재산권 정책토론회, 2007. 10. 19.
유대종, “저작권 남용의 법리에 관한 연구”, 경희대학교 박사논문, 2006.

[기사]
법률신문, ‘저작권 공정이용’ 규정 신설싸고 논란, 2007년 9월 27일자.
경향신문, “저작권이 먼저” “이용권 확보를” … 저작권법 개정안 논란, 2007년 9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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